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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우영우'가 쏘아 올린 상생의 꿈..K드라마 '장애인 서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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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7-12 09:14 조회2,6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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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우영우'가 쏘아 올린 상생의 꿈...K드라마 '장애인 서사' 신드롬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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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영우(박은빈)는 지하철을 탈 때 늘 헤드폰을 쓴다.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ENA 제공


이번에 이변을 이끈 드라마 속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우영우(박은빈) 변호사.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뚫고 비장애인과 소통하려는 그의 대형 로펌 생존기가 '우영우' 신드롬이라 할 만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모습이다. SNS에서는 "사촌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라 걱정이 컸는데 기우였다. 지나친 과장 없이 그린 점이 감사하다" "대학교에서보다 많은 걸 배운다" 등 드라마에 공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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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장애인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왼쪽 첫 번째)를 비롯해 '우리들의 블루스'(가운데), '굿닥터' 시리즈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NA·TvN·ABC 제공


인간 승리는 없다... 진화하는 장애 서사

'우영우'처럼 장애인을 정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없지 않았다. 발달장애인 정은혜씨가 출연해 울림을 준 '우리들의 블루스'가 5~6월 넷플릭스 비영어 드라마 세계 톱10에 줄곧 머물렀다. 자폐장애 진단을 받은 의사가 주인공인 한국 드라마 '굿닥터'의 미국판 리메이크도 시즌5까지 제작되며 미국 안방가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류의 한 지류에서 탄탄한 서사를 구축해오던 '장애인 드라마'가 '우영우'에 이르러 한류의 다양성과 가치를 빛내는 보석 같은 영역으로 우뚝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애인의 삶을 다룬 드라마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①다양성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고 ②약자를 통해 기득권의 공고한 유리천장을 보여줘 각성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③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겪은 고립의 불안과 소통에 대한 열망이 장애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영우'엔 장애인의 인간 승리가 부각되지 않는다. 드라마는 대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면서 이해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우영우가 장애가 있으니 회사에서 특별히 배려하는 것은 이해하나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딱 맡아서 하는 게 보기 불편하다"는 동료 변호사 민우(주종혁)의 언급처럼 드라마는 장애인에 대한 삐딱한 시선의 그늘도 담는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말아톤'(2005) 등 옛 장애인 소재 콘텐츠는 인간 승리 신화를 그리거나 장애인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해주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 '우영우'는 다름을 받아들이는데 덜컹거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며 "장애인에게 벽을 친 사람들 그러니까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온 사람들이 자기성찰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존의 희망을 준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물론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된 세상의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장애인 드라마의 장점도 잃은 것은 아니다. "회전문은 냉방과 보온에 유리합니다. 대신 통행량을 제한하고 이동 속도를 늦추며 어린이와 노약자는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장점은 하나인데 단점은 세 개입니다. 건물주를 설득하면 회전문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우영우)라는 대사처럼 장애인의 시선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요컨대 드라마는 장애인을 일방적 우대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다르지만 공존을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주체로 그려내는 것이다.


K콘텐츠가 장애인과 세상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주변인으로 소비됐던 이들이 한류 콘텐츠의 중심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국적의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되는 모습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라 밝힌 필리핀 남성 시청자(IM YourOnlyOne)는 해외 드라마 커뮤니티에 '우영우'가 자폐 장애인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고 호평해 각국의 드라마 팬들로부터 큰 반향을 이끌었다. '우영우'는 일본과 홍콩, 인도네시아 등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통틀어 1위(9일·플릭스패트롤 기준)를 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성소수자보다 장애인이 세상에 훨씬 많을 텐데 그간 성소수자보다 장애 서사가 주류 미디어에서 더 배척된 경향이 짙다"며 "그만큼 장애가 누군가에게 민폐를 줄 수 있다는 폭력적 시선이 강했다는 반증으로 장애인 서사 드라마는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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